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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육아

하야시 아키코 그림책, 아이 자립심 키워준 5권 솔직 후기

by 책토리(책읽는아이) 2026.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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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심부름을 갔던 날, 기억나세요?

저는 아직도 그 뒷모습이 선명해요. 저희 아이가 다섯 살 무렵이었는데, 현관문 나서는 작은 등을 보면서 괜히 코끝이 찡했거든요. 그때 저희 집 책장에 있던 게 하필 『이슬이의 첫 심부름』이었어요. 그림책 속 이슬이랑 우리 아이가 겹쳐 보여서 한참을 서 있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얼마 전에 좀 마음이 내려앉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책을 그린 하야시 아키코 작가님이 2026년 7월, 여든한 살로 세상을 떠나셨더라고요. 폐렴이었대요. 저처럼 이 작가님 그림책으로 아이랑 시간을 보낸 부모라면, 한 번쯤 책장을 다시 들춰보게 되는 소식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오늘은 하야시 아키코 그림책 중에서, 아이 자립심이랑 정서 발달에 유독 도움이 됐던 책들을 정리해봤어요. 저희 아이 경험이랑 주변에서 들은 얘기를 솔직하게 섞어서요.

왜 하필 이 작가의 그림책일까

하야시 아키코 그림책을 읽다 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여요. 아이가 뭔가를 '혼자 해내는' 순간을 되게 조용하게 담는다는 거예요. 요란한 교훈도 없고, "이렇게 하면 착한 아이"라는 메시지도 없어요. 그냥 아이의 하루를 따라갈 뿐인데, 읽고 나면 아이가 스스로 한 뼘 자란 느낌이 들거든요.

이게 사실 정서 발달이랑 연결돼요. 아이가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힘, 이걸 전문용어로 '정서 조절력'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건 설명으로 안 길러지더라고요. 대신 이야기 속 주인공이 무섭고, 떨리고, 그래도 해내는 과정을 같이 따라가면서 아이가 자기 감정을 연습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야시 아키코 그림책이 딱 그 결을 가지고 있어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모든 아이한테 다 맞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연령이랑 성향별로 나눠서 이야기해볼게요.

자립심 첫 발을 떼는 아이에게

이슬이의 첫 심부름 (만 4~6세 전후)

앞에서 얘기한 그 책이에요. 엄마 대신 우유를 사러 혼자 나선 이슬이가 언덕을 오르고, 넘어지고, 그래도 끝내 심부름을 해내는 이야기예요. 자립심의 첫 단추를 다루는 데 이만한 책이 없더라고요.

저희 아이는 이 책을 정말 좋아했어요. "나도 이슬이처럼 할 수 있어" 하면서 실제로 심부름을 자청하기도 했고요. 근데 솔직히 후기 하나 보태자면, 겁이 많은 아이한테는 오히려 조마조마한 책일 수 있어요. 주변에 보면 예민한 아이는 이슬이가 넘어지는 장면에서 같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아이라면 아래 순이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이슬이의 첫 심부름
이슬이의 첫 심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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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 동생 (만 3~5세 전후)

동생을 데리고 잠깐 밖에 나갔다가 동생을 잃어버린 순이가, 온 동네를 찾아 헤매는 이야기예요. 자립심이라기보다는 '책임감'과 형제애를 다루는 책인데, 동생이 있는 집이라면 아이가 유독 몰입하더라고요.

저희는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이 책을 자주 읽었어요. 첫째가 "나도 순이처럼 동생 지켜줄래" 하던 게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왜 이 책이냐면, 아이가 누군가를 챙기는 감정을 언어가 아니라 이야기로 먼저 경험하게 해주거든요.

순이와 어린 동생
순이와 어린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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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과 불안을 다독여주는 아이에게

달님 안녕 (만 0~3세 전후)

지붕 위로 떠오르는 달님한테 인사를 건네는, 아주 단순한 그림책이에요. 자립심이라기보다 영유아 정서 안정에 가까운 책인데요. 자기 전에 읽어주기 참 좋아요.

저희 아이 어릴 때 자장가처럼 읽어줬던 책이에요. 근데 이건 정말 어린 아이용이라, 네다섯 살 넘은 아이한테는 너무 심심할 수 있어요. 큰 아이라면 위의 콘과 아키처럼 서사가 있는 책으로 넘어가는 게 맞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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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펼치는 아이에게

숲속의 요술물감 (만 5~7세 전후)

숲에서 요술 물감을 발견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 진짜가 되는 이야기예요. 자기표현이랑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라,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한테 특히 잘 맞더라고요.

주변에서 들은 얘기로는, 만들기나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가 이 책을 보고 나서 실제로 물감 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책이 놀이로 이어지는 거죠. 그런 확장이 되는 그림책이 사실 흔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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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건

이렇게 다섯 권을 정리하고 보니, 하야시 아키코 그림책의 힘은 결국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시선'인 것 같아요. 아이가 넘어져도, 무서워해도, 결국 스스로 해낼 거라고 조용히 응원하는 태도요. 그게 부모인 저한테도 배울 점이더라고요.

솔직히 저도 아이 키우면서 조급할 때가 훨씬 많아요. 근데 이런 그림책 한 권 같이 읽고 나면, '아, 좀 더 기다려줘도 되는구나' 싶어지거든요. 작가님은 떠나셨지만, 남기신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아이들 곁에 있으니까요.

혹시 아직 안 읽어보신 책이 있다면, 오늘 밤 한 권 골라서 아이랑 나란히 앉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떤 책이 우리 아이한테 맞을지는, 결국 같이 읽어봐야 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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