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이랑 도서관에 갔거든요. 책을 고르긴 하는데, 몇 장 넘기다 금방 덮더라고요. "재미없어."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어요. 읽기가 싫다기보다, 긴 걸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게 어려워 보였거든요. 혹시 이런 모습, 집에서도 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이게 저희 아이만의 문제인지 궁금해서 좀 찾아봤어요. 그런데 숫자를 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 복잡해지더라고요.
숫자로 보면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문화체육관광부 조사를 보면, 학생 한 명이 1년에 읽는 책이 2019년엔 41권 정도였대요. 그게 2025년엔 31.5권으로 줄었더라고요. 6년 새 약 23%가 빠진 거예요.
전체 독서 인구 비중도 몇 년째 조금씩 줄고 있고요. 그러니까 우리 아이가 유난히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에요.
근데 저는 '몇 권 줄었다'는 것보다, 이 흐름이 향하는 방향이 더 신경 쓰였어요. 읽는 양만 주는 게 아니라, 긴 글을 오래 붙잡는 힘 자체가 약해지는 것 같아서요.
교육부가 '전 교과 독서'를 꺼낸 이유
이 흐름이 걱정됐던 건 부모만이 아니었나 봐요. 얼마 전 교육부가 학교 독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더라고요.
핵심은 이거예요. 국어 시간에만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여러 교과 수업 전반에 독서를 녹이겠다는 거요. 아예 교육기본법을 고쳐서 국가와 지자체가 문해력을 챙기도록 법에 못을 박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고요.
다만 이건 아직 추진 중인 단계예요. 법 개정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확정된 제도는 아니니까요.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정도로 봐두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나라가 나설 만큼 독서량 감소와 문해력 저하를 심각하게 본다는 신호인 건 분명해 보여요.

근데 진짜 포인트는 '권수'가 아닌 것 같아요
여기서부터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요즘은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하면 답이 바로 나오잖아요. 긴 글도 요약을 대신 해주고요. 아이들이 자라날 세상은 지금보다 더 그럴 거예요.
그럼 책 읽는 힘이 덜 중요해질까요? 저는 오히려 반대인 것 같더라고요.
쏟아지는 정보 중에 뭐가 맞는지 판단하는 힘. 누가 대신 요약해준 걸 그대로 믿지 않고 스스로 곱씹어보는 힘. 이런 건 결국 긴 글을 오래 읽어본 아이한테서 나오는 것 같거든요.
도구가 편해질수록, 그 도구를 제대로 쓸 기본기가 더 중요해지는 느낌이에요. 한마디로 책이 먼저고, 도구는 그 다음인 것 같아요. 저는 이걸 'AI를 멀리하자'는 얘기로 보진 않아요. 오히려 잘 쓰려면 읽기 근육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쪽에 가까워요.
그래서 집에서 해본 것들
거창한 방법은 없었어요. 저도 여전히 시행착오 중이거든요.
일단 짧게라도 매일 읽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자기 전에 딱 10분. 많이도 아니고, 화면 대신 책을 펴는 시간을 정해둔 거예요.
그리고 생각을 하나 바꿨어요. 끝까지 안 읽어도 괜찮다고요. 저희 아이는 한 권을 다 못 읽어도, 마음에 드는 장면만 몇 번씩 다시 보더라고요. 그것도 읽기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솔직한 실패 후기도 하나 있어요. 독서록을 쓰게 했더니, 오히려 책을 더 싫어하더라고요. 읽는 게 숙제가 돼버린 거죠. 그래서 지금은 그냥 읽기만 하게 뒀는데, 이게 훨씬 나았어요.
주변 얘기 들어보면 방법은 제각각이더라고요. 영상 보는 시간만 정해뒀더니 자연스럽게 책 시간이 늘었다는 집도 있고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 책부터 시작하니 덜 밀어냈다는 얘기도 많더라고요. 정답은 없는 것 같고, 우리 아이한테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
독서량이 줄었다는 뉴스, 솔직히 부모 입장에선 마음이 급해지죠. 저도 그랬고요.
근데 아이 독서량은 하루아침에 늘지 않더라고요. 숫자를 채우려고 밀어붙이면, 오히려 책이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대신 책이 벌 받는 시간이 아니라 편하게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도 조금씩 손을 뻗는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엔 태블릿 대신 책 한 권, 같이 펴보는 건 어떨까요. 잘 안 되면 또 내일 해보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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