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가 뭐가 궁금하면 저한테 안 물어봐요. "AI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이러더라고요. 순간 말문이 막혔어요.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근데 뭔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어요. 혹시 비슷한 순간, 겪어보신 적 있으세요?
그런데 지난 7월 2일, 교육 뉴스가 두 개나 쏟아졌어요. 하나는 교육부의 독서교육 강화 방안이었고, 또 하나는 전남광주교육청의 '100% 서·논술형 평가' 도입 발표였어요. 하루에 두 개라니, 우연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오늘은 이 두 뉴스를 관통하는 키워드, 'AI 시대의 문해력'을 좀 깊게 들여다보려고 해요.
100% 서·논술형 평가, 무슨 내용인가요
먼저 발표 내용부터 정리해볼게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준비위원회가 2027학년도부터 초등 5·6학년과 중1 평가를 100% 서·논술형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어요. 객관식을 아예 없애겠다는 거예요. 이후 현장 반응을 보면서 2032년까지 초·중·고 전체로 넓힌다는 일정도 나왔고요.
현재 교육부가 권고하는 서·논술형 비율이 40%인데, 실제 학교 현장은 20~30% 수준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두세 배를 훌쩍 넘겨서, 아예 전부로 가겠다는 거죠.
이유가 뭘까요. 발표를 보면 "단편적인 정답 찾기식 평가를 끝내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해요. 초등과 중등에서 읽고 쓰는 능력이 심각한 상황이 된 점도 고려했다고 하고요.

근데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여기서 짚고 갈 게 있어요. 이 정책, 아직 확정된 그림이 아니에요.
발표 직후에 교원단체와 교육시민단체에서 재검토 요구가 나왔어요. 문해력과 사고력을 키우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준비와 합의 없이 한 번에 바꾸면 교실이 혼란스러워진다는 거예요. 채점해야 하는 교사들의 부담 문제도 있고요.
부모 입장에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건 사교육 얘기였어요. 최근 조사에서 전체 사교육비는 줄었는데, 고교 논술 사교육비만 전년 대비 39% 늘었다는 지적이 있더라고요. 평가가 바뀌면 학원가가 먼저 움직인다는 거, 우리 다 알잖아요.
그러니까 이 뉴스는 "이제 시험이 다 논술형이 된대!"가 아니라, "평가가 쓰기 중심으로 가려는 흐름이 있고, 진통을 겪는 중이다" 정도로 읽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다들 문해력일까요
저는 이 지점이 진짜 궁금했어요. 같은 날 교육부도 독서교육 강화 방안을 내놨거든요. 청소년 연평균 독서량이 2019년 41권에서 2025년 31.5권으로 줄었고, 교사 대부분이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를 체감한다는 배경과 함께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AI 때문인 것 같아요. 정확히는, AI가 너무 잘해서요.
정답을 찾는 일은 이제 AI가 사람보다 빨라요. 요약도, 검색도, 계산도요. 그러니 '정답 고르기'로 아이를 평가하는 게 의미가 줄어든 거예요. 남는 건 뭘까요. 글을 읽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기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힘. 이게 전문용어로 '비판적 사고력'과 '서술 역량'인데, 쉽게 말하면 "읽고, 생각하고, 쓰는 힘"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번 전남광주 발표에도 AI가 등장한다는 거예요. 손글씨 답안을 AI가 분석해서 교사의 채점을 돕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더라고요. 채점은 AI가 거들지만, 답안을 채우는 건 결국 아이 머릿속이에요. 저는 이 대비가 지금 시대를 딱 보여준다고 느꼈어요.
저는 여기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AI 자주 써요. 편하거든요. 아이가 AI한테 물어보는 걸 무조건 막을 생각도 없어요.
근데요,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AI가 내놓은 답을 읽고 "이게 맞나?" 판단하는 것도 결국 문해력이라는 거예요. 읽는 힘이 없으면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 적는 아이가 되고, 읽는 힘이 있으면 AI를 도구로 부리는 아이가 돼요. 같은 AI를 써도 완전히 다른 결과인 거죠.
그래서 저는 'AI 금지'도 'AI 맹신'도 답이 아니라고 봐요. 바탕에 읽고 쓰는 힘을 깔아주는 것, 그게 부모가 할 수 있는 몫인 것 같아요.
그럼 어린아이 부모는 뭘 하면 될까요
우리 아이들이 초5, 중1이 되는 시점이면 이 흐름이 어떤 형태로든 자리 잡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고 유아기부터 논술 학원을 알아보자는 얘기,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그게 제일 걱정되는 방향이에요.
서술형의 뿌리는 결국 두 가지더라고요. 많이 읽은 아이가 쓸 재료가 있고, 자기 생각을 말해본 아이가 쓸 문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책 읽고 나서 딱 한 가지만 해보고 있어요.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하고 묻는 거예요. 독후감 쓰기는 아이도 저도 사흘을 못 갔는데, 이 질문 하나는 부담이 없으니까 이어지더라고요. 아이 답이 엉뚱해도 그냥 들어요. 정답을 찾는 연습이 아니라 생각을 꺼내는 연습이니까요.
물론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몰라"로 끝나는 날도 많아요. 근데 열 번 중 두세 번, 아이가 신나서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날이 있어요. 저는 그 두세 번이 쌓이는 거라고 믿고 있어요.
마무리하며
평가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요. 논란도 진행 중이고요. 다만 방향은 분명해 보여요. AI가 정답을 대신 찾아주는 시대일수록, 아이의 문해력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것.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더라고요. 오늘 밤 책 한 권 읽고,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 한 번 물어보는 것. 저도 오늘 그것부터 다시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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